#1 'A Felicidade' by Antonio Carlos Jobim

Antonio Carlos Jobim - A Felicidade(in 'Inédito' album)


Tristeza não tem fim Felicidade sim

슬픔에는 끝이 없지만 행복에는 있지

A felicidade é como a gota De orvalho numa pétala de flor Brilha tranquila, depois de leve oscila E cai como uma lágrima de amor

행복은 꽃잎에 맺힌 한 방울 이슬 같아

조용히 빛나며 가볍게 떨리다 끝내 사랑의 눈물처럼 떨어지지

A felicidade do pobre parece A grande ilusão do carnaval A gente trabalha o ano inteiro Por um momento de sonho pra fazer a fantasia De rei ou de pirata ou jardineira E tudo se acabar na quarta-feira

가난한 사람의 행복은 마치

카니발의 거대한 환상처럼 보여

사람들은 한 순간의 환상과 꿈을 위해

일 년 내내 일을 하지

해적 왕이 되거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거나

하지만 수요일 쯤이면 모든 환상이 저절로 사라지지


곡의 화자는 말합니다. 슬픔에는 끝이 없지만, 행복에는 있다고. 행복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금방 바닥에 내려 앉고 마는 깃털과 같다고 말이죠. 때때로 찾아오는 짧은 순간의 행복이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삶이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번번이 행복에 매달리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슬픔은 어떨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슬픔이란 감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위대한 브라질 음악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 Antonio Carlos Jobim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무척 세심하고 깊은 눈으로 살핀 음악가입니다. 그에게 슬픔이란 결코 끝나지 않는 감정이며, 끝나지 않기에 더욱 사랑해야 할 감정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앞으로 그의 음악을 통해 이 마르지 않는 슬픔에 대한 이야길 끊임없이 나누게 될 것입니다.


조빔은 브라질 보사 노바를 창시한 음악가입니다. 한 음악가가 곧 하나의 장르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요. 음악 장르는 굉장히 다양한 음악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변형되며 형태를 갖추어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어떤 장르에 창시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일입니다. 누에보 탱고의 창시자인 아스토르 피아졸라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죠. 브라질 보사 노바는 노래의 모든 요소가 조빔으로부터 탄생했다고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커다란 영향 아래에 있는 음악입니다. 그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브라질의 정신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기리며 지금까지도 그가 남긴 위대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래서 보사 노바는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사랑을 향한 음악입니다. 보사 노바는 연인에 대한,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아름다운 숲과 바다와 새에 대한, 그리고 브라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그 사랑으로부터 비롯되는 슬픔과 고통에 대해, 환희의 순간과 그 환희가 떠난 자리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보사 노바는 그 이야기의 방식에 있어서도 독특한 형식을 지녔는데, 그것은 어느 정도 반어적이고 모순적인 방식으로 이런 감정들을 노래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이 필연적인 슬픔을 명랑하게 노래합니다. 슬픔을 두 팔로 껴안고, 비로소 겸허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슬픔을 이겨내거나 맞서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래의 주제는 슬픔이지만, 노래는 전혀 슬프게 들리지 않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A Felicidade'는 그러한 보사 노바의 정서와 형식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노래 중 한 곡입니다.


Vinicius De Moraes con Maria Creuza y Toquinho - A Felicidade


조빔이 보사 노바의 음악적 기틀을 창조했다면, 이 음악에 담긴 정서적 기틀을 창조한 인물은 바로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Vinicius de Moraes 입니다. 비니시우스는 조빔의 수많은 아름다운 노래에 노랫말을 붙인 시인이자 음악가입니다. 고통과 슬픔 없이는 결코 사랑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했던 그는, 그런 고통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노래들을 지었습니다. 조빔의 수많은 곡들에 가사를 붙인 비니시우스는 브라질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사랑의 정서를 창조한 인물이기에 앞으로도 여러분은 이곳에서 그를 자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위 버전은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와 함께 한 듀엣 앨범으로 유명한 토키뉴 Toquinho와, 비니시우스의 가사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수인 마리아 크레우자 Maria Creuza가 함께한 앨범 <La Fusa>에 수록된 버전의 'A Felicidade'입니다. 비니시우스가 직접 노래하는 목소릴 들을 수 있습니다. 크레우자는 비교적 구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지만, 노래는 금세 본래의 리듬을 되찾고 슬픔을 명랑하게 껴안는 화자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A Felicidade'는 브라질 보사 노바의 시작이 된 보사 노바 클래식 중 한 곡입니다. 이 곡은 마르셀 카뮈 감독의 1959년 영화인 흑인 오르페 Orfeu Negro>의 메인 테마로 사용되었는데,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며 브라질 음악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흑인 오르페 Orfeu Negro>는 극작가이기도 했던 비니시우스가 1956년에 집필한 연극인 <성모수태고지 축일의 오르페우 Orfeu da Conceição>를 영화화 한 작품인데, 'A Felicidade'는 극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조빔이 새로이 만든 노래였습니다. 영화의 큰 성공과 함께 이 영화의 음악 역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음율에 전 세계가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 중에서도 메인 테마였던 '카니발의 아침 Manha de Carnaval''행복 A Felicidade'는 영화보다도 더 유명해지며 조빔은 커다란 명성을 얻게 되죠.1) 위 동영상은 영화에 수록된 버전의 'A Felicidade'로, 브라질의 가수인 아고스티뇨 도스 산토스 Agostinho dos Santos가 노래했습니다. 이 노래의 다양한 버전들 가운데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유리디스가 잠들어 있는 동안 오르페우는 침대에 기대어 느린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는데,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1962년 11월 21일,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뉴욕 카네기 홀에서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음악을 알리기 위한 공연이 기획됩니다. 이 공연에는 루이즈 본파와 주앙 지우베르뚜 João Gilberto, 아고스티뇨 도스 산토스, 까를루스 리라 Carlos Lyra, 호베르투 메네스칼 Roberto Menescal, 세르지우 멘데스 Sergio Mendes, 미국에 보사노바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미국의 색소포니스트인 스탄 게츠 Stan Getz 등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대한 음악가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여기 언급된 모든 음악가들의 음악을 천천히 모두 소개하게 될 텐데요. 이 공연에서 연주된 음악들을 녹음한 앨범이 발매되어 지금까지도 그날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처럼, 'A Felicidade'는 아고스티뇨 도스 산토스가 노래했으며, 세르지우 멘데스가 피아노를, 루이즈 본파가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브라질 보사 노바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이처럼 한 곡의 노래에 대한 매우 다양한 응답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보사 노바 클래식이 된 조빔과 비니시우스의 곡들은 이후 수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다시 불리우며, 지금까지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응답을 통해 음악의 생명은 계속 이어집니다. 언젠가 잊혀지고 소멸하게 될 우리 모두의 운명에 반하여, 예술은 그렇게 지속되며 우리로 하여금 영원을 꿈꾸게 하죠. 앞으로 <비와 볕>에서는 이렇게 한 곡에 대한 여러 음악가들의 응답을 소개하고, 그 노래에 담긴 이야기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지난 서문에서 언급했던 숲을 이루는 음악이라는 수사가 이제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황금으로 가득 찬 배가 난파하여 바닷속에 가라앉은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잔잔한 물의 표면에는 깊이 잠겨 있는 황금빛이 반사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빛을 쫓아온 새들이 파도 위를 떠다니고, 가파른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노래하네요.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황금은 너무나 많아서 누구나 주머니를 한 가득 채워 가져가도 모자람이 없고, 배가 가라앉은 자리는 밤의 여린 달빛에도 환하게 빛납니다. 이곳에선 노래가 끊이지 않고, 어떤 동물도 잠들지 않으며, 모든 순간이 결코 녹슬지 않는 황금처럼 영원하게 느껴집니다.


저에게 보사 노바는 그런 곳입니다. 처음 발견한 그곳의 아름다운 빛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반짝이고, 저의 주머니는 황금으로 가득합니다. 여행을 떠난 곳에서 잠을 설친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할 때에도, 아늑한 침대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낼 때에도,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눈물로 베개를 적시던 밤에도, 저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그곳에 머물며 많은 위안과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들의 위대하고 찬란한 항해는 오래 전에 끝이 났지만, 그 음악은 끝이 난 그곳에서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슬픔이 영원한 만큼, 이 슬픔을 노래하는 기쁨 역시 영원할 테니까요.


  1. 이 위대한 영화 음악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 뿐 아니라 루이즈 본파 Luiz Bonfá가 함께 만들었는데, 본파 역시 브라질 음악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이기에, 그에 대한 소개 역시 머잖아 하게 될 것입니다. '카니발의 아침 Manha de Carnaval은 본파의 곡입니다. '01 들어가며'에서 소개한 'Nelly' 역시 본파의 곡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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