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볕

'Nelly' by Luis Bonfá

여기 하나의 숲이 있습니다. 이 숲속은 항상 낮이기도, 늘 밤이기도 하며, 모든 생명이 잠든 듯 고요하지만 어떤 소리도 멈추지 않고, 발가벗은 듯 추우면서도 아늑하고, 한없이 고독하면서도 알 수 없는 유대감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당장 도망치고 싶을 만큼 낯설면서도 언젠가 살았던 집처럼 익숙하기도 하고, 여러 새들의 울음 소리는 거칠면서도 온순하며, 좁게 난 길은 모호하면서도 분명하고, 그 길의 끝에는 다시 시작이면서 끝인 나무들이 무성히 서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숲에 발을 디딘 것은 어떤 노래를 듣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이 숲은 저의 숨이 되었습니다.

브라질 음악은 그런 숲을 닮은 음악입니다. 모순으로 가득하지만 완벽히 조화롭고,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밝으면서도 어두운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삶이 내포한 필연적인 슬픔에 대해서 명랑하게 말하고, 상실을 두 팔로 껴안으며, 이별에 다정히 입맞춥니다. 기쁨은 한 방울 이슬처럼 금방 사라지고 마는 순간이지만 슬픔은 영원하다는 쓸쓸한 노랫말은 그 명랑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갖습니다. 모든 브라질 음악가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의 노래를 부르지만, 어떤 노래도 똑같지 않습니다. 한 곡의 노래가 한 그루의 나무라면, 그 노래를 향한 다양한 응답은 그 노래를 둘러싸고 숲을 이루며 노래에 시들지 않는 생명을 부여합니다. 이 숲속의 산책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노래가 시작되고, 어떤 노래들은 우리를 데려갑니다. 노래가 이끄는 곳이란 어떤 공간일 수도, 시간일 수도, 감정이나 기억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그런 순간들을 통해 의미를 획득합니다. 노래는 우리에게 위안과 안식을 주고, 기쁘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따라 부르게 하고, 한숨 쉬게 하고, 가슴 뛰게 하며, 숨쉴 수 있게 합니다. <비와 볕>은 그렇게 노래가 이끈 숲속에서 저의 호흡이 된 노래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여기 기록될 브라질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통해 저는 여러분을 비와 볕이 쏟아지는 숲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이 기록들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저마다의 숲과 저마다의 호흡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2020년 12월

노푸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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