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 by Nara Leão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다면 우리는 그 빛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 빛을 따라 한 걸음씩 발을 내딛을 때마다 사위는 점점 밝아올 것입니다. 언젠가 캐나다의 위대한 음악가인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은 이렇게 노래했죠.


"There i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모든 것에는 틈이 있다. 빛은 그곳으로 들어온다."

- 'Anthem' by Leonard Cohen



레너드 코헨에게 노래는 그렇게 자신에게 닥치는 고통과 시련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죠.-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에게 노래는 또 다른 기도의 방법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노래가 어두운 세계의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미약한 빛이 된 경우는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노래가 자기만의 어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있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노래는 한 사람에게 더 깊은 의미를 갖기도 하죠.


반면 어떤 노래들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 사회에, 더 크게는 세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슬픔과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게 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든 노래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죠. 자연 재해나 사고, 전쟁, 경제 공황,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 그런 사건들이 세계를 덮칠 때 우리는 보편적인 슬픔과 고통의 정서를 공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어떤 음악가들이, 어떤 노래들이 태어납니다. 그렇게 빛이 된 노래들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커다란 움직임의 시작이 되기도 했죠.


Nara Leão - '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 in the album <Nara>(1964)

오늘 소개할 곡인 나라 레앙 Nara Leão'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 역시 어두운 시기의 빛이 된 곡들 중 하나로, '재의 수요일의 행진'이라는 뜻을 가진 곡입니다.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이란 기독교에서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교회력의 절기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사순절 첫날, 이마에 재를 바르는 의식을 통해 죄를 회개하고, 우리가 누구이며 또한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기억하기 위한 의식을 치릅니다. 브라질의 유구한 전통인 카니발은 매년 2월 말경 시작되어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정오에 끝이 나는데요, 이 노래는 카니발이 끝난 재의 수요일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노래의 도입부는 축제를 떠올리게 하는 흥겨우면서도 어쩐지 서글프게 들리는 멜로디로 시작되고, 이 도입부가 노래의 정서를 무척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Acabou nosso carnaval / Ninguém ouve cantar canções / Ninguém passa mais / Brincando feliz / E nos corações / Saudades e cinzas / Foi o que restou

우리의 축제는 끝이 났네 / 누구도 노랫 소리를 듣지 못하고 / 누구도 행복하게 연주하며 지나다니지 않네 / 이제 모두의 가슴 속에 남은 것은 / 오직 / 향수와 재 뿐이네

Pelas ruas o que se vê / É uma gente que nem se vê / Que nem se sorri / Se beija e se abraça / E sai caminhando / Dançando e cantando / Cantigas de amor

이제 거리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 웃지도 않으면서 / 키스하거나 포옹하지도 않으면서 / 산책하지도 않으면서 / 사랑의 노래를 부르거나 춤 추지도 않으면서 /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

E no entanto é preciso cantar / Mais que nunca é preciso cantar / É preciso cantar e alegrar a cidade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계속 되어야 하네 /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노래가 더 필요하네 / 노래를 통해, 도시를 일깨워야 하네

A tristeza que a gente tem / Qualquer dia vai se acabar / Todos vão sorrir / Voltou a esperança / É o povo que dança / Contente da vida / Feliz a cantar

우리의 슬픔은 언젠가 반드시 끝날 것이고 / 모두가 다시 웃겠지 / 희망은 삶에 만족하며 춤추는 사람들에 의해 / 행복하게 노래하는 사람들에 의해 / 우리에게 돌아오네

Porque são tantas coisas azuis / E há tão grandes promessas de luz / Tanto amor para amar de que a gente nem sabe

세상에 만연한 우울한 일들과 / 빛의 거대한 약속과 / 우리가 채 알지 못하는 너무나 많은 사랑 때문에

Quem me dera viver pra ver / E brincar outros carnavais / Com a beleza / Dos velhos carnavais / Que marchas tão lindas / E o povo cantando / Seu canto de paz / Seu canto de paz

살아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 카니발에서 뛰놀 수 있다면 / 과거의 카니발의 아름다움 속에서 / 그 사랑스러운 행진 속에서 / 사람들이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볼 수 있다면!

이 노래는 축제가 끝난 뒤의 정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제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도시의 풍경은 간 데 없고, 황량하고 삭막한 거리만이 남았습니다. 재의 수요일은 축제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날이겠죠. 이 곡의 가사를 쓴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Vinicius de Moraes는 지난 번 소개해드렸던 조빔의 노래인 '행복 A Felicidade'에도 수요일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A felicidade do pobre parece / A grande ilusão do carnaval / A gente trabalha o ano inteiro / Por um momento de sonho pra fazer a fantasia / De rei ou de pirata ou jardineira / E tudo se acabar na quarta-feira

가난한 사람의 행복은 마치 / 카니발의 거대한 환상처럼 보여 / 사람들은 한 순간의 환상과 꿈을 위해 / 일 년 내내 일을 하지 / 해적 왕이 되거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거나 / 하지만 수요일 쯤이면 모든 환상이 저절로 사라지지

'A Felicidade'에서 언급된 수요일 역시, 카니발의 마지막 날인 재의 수요일입니다. 그만큼 꿈과 환상, 그리고 환희로 가득 찬 며칠을 보내고 현실로 돌아오는 일이란 고통스러운 일이겠죠. 이 노래는 까를루스 리라 Carlos Lyra와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Vinicius de Moraes가 함께 만든 곡입니다. 이 노래에서 축제의 끝은 브라질의 군부 독재가 시작되었던 1964년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된 것은 1963년이라 본격적인 군부 독재가 시작되기 이전이지만, 노래의 분위기와 가사가 당시 브라질의 어두운 상황과 잘 어울려 군부 독재 시대에 맞선 문화 운동 시기에 널리 불리운 곡이기도 합니다.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었지만, 여느 훌륭한 예술 작품들처럼 어느 정도 예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죠. 1963년 발표된 Jorge Goulart의 오리지널 버전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1964년에 발표된 나라 레앙의 버전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축제가 영영 끝나버린 것만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슬픔은 언젠가 반드시 끝날 것이고 희망은 삶에 만족하며 춤추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노래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노랫말은 그 시기의 브라질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었을까요? 많은 나라의 군부 독재 시대가 그러했듯, 브라질에서도 저항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요, 이 저항 운동에 가장 앞장선 것이 바로 브라질의 음악가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저항 운동에 너무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진 군부 독재 시기에 저항을 위한 민중 가요를 부르며 등장한 음악가들 중 당시의 저항 문화 운동을 이끌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까에따누 벨로주 Caetano Veloso와 지우베르뚜 지우 Gilberto Gil 입니다. 이 둘의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본격적으로 나눠보기로 합니다.

비니시우스가 조빔 만큼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았던 또 다른 파트너가 바로 까를루스 리라였습니다. 리라 역시 앞서 언급한 음악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세대 보사 노바 음악가라 할 수 있는데, 그 역시 조빔과 같은 시기에 작곡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빔은 생전 리라를 두고 ‘비교할 대상이 없는 위대한 멜로디스트이자 하모니스트, 리듬과 싱커페이션, 그리고 스윙의 왕’-“a great melodist, harmonist, king of rhythm, of syncopation, of swing”-이라 칭하기도 했죠. 위대한 첫 세대의 보사노바 음악가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그는 계속 작곡 활동과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까를루스 리라가 부른 '재의 수요일의 행진 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을 감상해보시죠.

Carlos Lyra - '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 in the album <...E No Entanto E Preciso>


노래는 느리고 미약한 기타 반주로 시작하여, 멀리서 들려오는 카니발의 북소리를 연상시키는 드럼의 규칙적인 리듬과 함께 점차 고조되어 갑니다. 이윽고 '그 어느 때보다 노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후렴구에서 비로소 본연의 흥겨운 리듬을 되찾죠. 그러면서도 너무 밝아지지는 않고 차분하게, 돌아올 희망을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버전입니다. 까를루스 리라는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음악에도 민중 가요적 색채를 많이 담으려 노력한 음악가 중 한 명입니다.


군부 독재 시대가 시작된 이후 브라질 민중이 고통의 세월을 보냈던 것과 대조적으로, 보사 노바는 미국으로 전파되어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동시에 브라질 음악을 소비하는 계층에도 변화가 생겼죠. 보사 노바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삼바는 본래 빈민층의 음악이었던 반면, 보사 노바는 60년대의 경제 호황과 함께 새로이 등장한 중산층에 의해 널리 소비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흑인보다는 백인에게 사랑받은 음악이었죠. 미국에서도 그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사 노바는 비교적 삶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갔습니다. 보사 노바 클래식들이 탄생한 군부 독재 이전의 시기는 브라질의 경제적 황금기였습니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 노래하는 새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그것을 관찰하고 귀기울일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모두 어우러져 보사 노바라는 음악이 탄생한 계기가 된 것이죠. 브라질 음악을 들으면 아마도 누구나 그런 장면을 상상하게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햇살이 비추는 황금빛 해변과 푸르게 빛나는 숲, 평화로이 나는 새들과 사랑하는 연인들... 그런 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런 순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음악이 브라질의 보사 노바니까요. 이러한 점에 있어 보사 노바라는 장르는 대체적으로 마냥 행복하고 근심 없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몇몇 브라질 음악가들은 이러한 경향에 거부감을 느끼고 조금 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리라 역시 그런 음악가들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보사 노바는 의심의 여지 없이 아름다운 음악이기는 하지만, 오직 보사 노바만으로 브라질 음악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부족한 일일 것입니다. 이렇듯 어두운 시기의 사회에 저항하고 희망을 불러오기 위한 노래들 역시 브라질 음악의 중요한 한 부분이니까요.

Toquinho e Vinicius - '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 in the Álbum <O Poeta E O Violão>(1975)

다음은 토키뉴 Toquinho와 비니시우스의 듀엣 앨범에 수록된 'Marcha da Quarta-Feira de Cinzas'입니다. 토키뉴 와 비니시우스가 함께 한 앨범은 꽤 많은데요, 특히 토키뉴는 솔로 앨범보다는 비니시우스와의 듀엣 앨범을 통해 한국의 청자들에겐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둘의 파트너쉽은 장장 11년간 이어져 약 120여 곡을 함께 만들고 부르기도 했죠. 마리아 크레우자 Maria Creuza와 셋이 함께 한 <La Fusa> 앨범도 지난 번에 소개한 적이 있었죠. 토키뉴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아마도 그의 기타 연주일 것입니다. 너무나 섬세하고 유려한 그의 연주는 오직 기타 반주만으로도 앨범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을 만큼 완벽합니다. 위 곡이 수록된 앨범인 <O Poeta E O Violão> 역시 대부분의 곡을 토키뉴의 기타 반주로만 앨범을 이끌어가죠. 토키뉴와 비니시우스의 듀엣 앨범에는 독특한 특징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모든 곡들이 하나의 공연을 녹음한 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인데요, 한 트랙마다 둘이 대화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합니다. 그러한 구성 덕에 어느 정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의 완성도가 너무나 뛰어나고 둘의 목소리가 이처럼 잘 어우러지는 것에 늘 감탄하게 되는 앨범입니다. 둘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부분에서는 이 노래가 담고 있는 희망과 기다림의 정서가 훨씬 강조됩니다. 이 앨범에서처럼, 대화하듯 노래하는 것 역시 역시 브라질 음악의 중요한 특징인데요, 브라질 노래 중에는 중간 중간 독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동안 음악가는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죠.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노래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노래가 쇠퇴해가는 브라질의 정신을 일으켰기에, 브라질 국민들은 지금까지도 이들의 노래를 그토록 사랑하는 것이겠죠. 이처럼 음악은 한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배경에 따라 너무나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브라질 음악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세계의 음악들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노래에는 그 노래가 탄생한 배경과 맥락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노래나 어떤 앨범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하나의 노래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브라질 국민들에게 음악이란 그들의 정서를 형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소입니다.1)

이 노래들은 제게 위대한 빛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때로 이 노래들이 브라질 국민들에게 지닐 의미를 상상하면, 과연 그들만큼 이 노래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런 곡들이 제게 상상 이상의 큰 의미가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형식의 아름다움이 가질 수 있는 힘에 감탄하기도 하죠. 노래가 세상을 흔들 수 있는 건, 세상 누구나 노래하기 때문이고, 그 아름다움에 누구나 감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래의 생명은 우리의 것보다 길어서 아름다운 음악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겠죠. 그런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겸손하고 작은 마음이 됩니다. 매일 그렇게 작은 마음으로 노래를 만납니다.


  1. 음악가들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각별해서, 히우 데 자네이루 공항의 이름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 공항이며, 2016년에 개최된 리우 올림픽 마스코트의 이름은 '통 Tom'-조빔의 영어식 이름-과 '비니시우스 Vinicius'로 결정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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